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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나는 흑마다...(22) (by 영원의나라)

22. 別離 ∥

나의 기침소리조차
들키고 싶지 않은 작은 소망

하지만 그렇게 되??? 않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나의 가슴

모든 것은
침묵의 고요로 묻어둔채로
늘 그렇듯 챗바퀴 속에 돌려버릴 뿐

이것이 내 마지막 바램

그리고 당신을 위한 처음,
마지막 나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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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흑마를 잊혀진 땅 어딘가에

영원히 묻어버린날,

나는 새로운 은빛나래를 만들어야만 했다.


캐릭터 생성을 하자

웅장한 스톰윈드의 모습 아래로 엘윈숲이 보인다.


'후......'


직업을 선택함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당연히 나의 은빛나래가 가야할 길로 왔을 뿐.


랩1 휴먼 사제...


하얀색 견습로브가

왠지 낯설지가 않다.

.
.
.
.
.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내 모든것을 버려서라도

눈물나게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붕대질을 할 망정,

마지막 남은 단 한칸의 엠이라도 모두짜내

치유해 주고팠던

그런.. 사람이있었다.



단축키창을 내려다 본다.

하급치유와 성스러운일격 스킬이 보인다.


'바보....'


스킬창에 있는 기술들조차

사용하는 법을 몰라

랩 7이 될 때까지 둔기만으로 몹을 때려잡던

그런 사제가 있었다.


상급사제나 파티란 것의 의미조차

모르던... 바보같은 사람이 있었다.


처음 받아본 생석을 팔아버린 줄 알고

안달하며 조바심내던 그런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제를 조용히 바라보던

어떤 사람이 있었다....



=======



노란색 느낌표 사이를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퀘스트를 하러다닌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나의 은빛나래는 금새

레벨 7이 되어버린다.


맨 처음 그 아이를 보았던

그 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곳으로 달려가 본다.


엘윈숲. 개미굴 광산앞에

코볼트들이 보인다.


제법 바글바글한게

동시에 두마리는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보호망을 시전하고

한마리에게 성스러운 일격을 날린다.

그리고 고통을 걸고

다른 한마리에게도 고통을 걸어준다.


둔기로 한마리를 때리면서

피가 어느정도 빠질때마다 하급치유를 한다.


고작 체력 3짜리지만

인내도 걸려있다.



금새 동랩몹 두마리가 누워버린다.

잠시 앉아서 엠탐을 해본다.


이렇게 앉아서 물빵을 먹으면

어디선가 영원이가 나타날 것만 같다.



"크흑......"


얼마 버티지 못하고 컴을 꺼 버린다.


이젠 모든게

너무 늦어 버렸다.


나에게 와우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또 다시 접속 하는 날이

과연 올수 있을까.


그때까지...

나의 은빛나래는 이곳에 서 있을 것이다.


==========


날이 밝는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출근준비를 한다.


이런 내모습을 본다면

영원이는 뭐라 말할까..


힘겹게 세면을 하고

하나둘 옷을 챙겨입은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로 향한다.


챗바퀴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시간이 더디 간다.

아직 영원이를 보려면 이틀이나 더 남았다.

.
.
.
.
하루가 더 흘렀다.


내일은 토요일.

오늘만 지나면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영원이를 만나러 갈 수 있다.


안간힘을 쓰며 하루를 보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긴 하루를 보낸다.


살며시 사무실을 나와

비상구 계단으로 간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후우....."


담배가 늘었다.

커피가 늘었다.

그리고... 한숨이 늘었다.


.
.
.
.
.
.
"삼추운!!!! 삼춘은 왜 담배를 펴효?? 'ㅁ')/"

"응....? -_-)a"


벤치에 앉아 습관처럼 담배를 꺼내문 내게

영원이는 그렇게 물었다.


"음... 그렇잖아요. 술은 마시면 취하기라도 하는데.. 담배는 좋은게 없잖아효.. ;ㅂ;)a"

"ㅎㅎㅎ"


잠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말을 꺼낸다.


"딱 하나 좋은 점이 있어."

"그게 뭔데효? ;ㅂ;)a"


쓴웃음이 나온다.


".....한숨을 연기속에 감출 수 있다는 것."

"..........."



.
.
.
.
.
눈가가 아프다.

코끝을 찡그려서 눈물을 참는 일이 잦아서일까.

담배연기에 한숨이 섞여 나온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번호를 본다.

영원이의 언니다.


"여보세요."

"아... 오빠. 저 은희에요."


지난번 면회 이후로

항상 습관처럼 내가 먼저 연락을 했을 뿐

먼저 연락이 온적은 없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연희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내 목소리가 떨리는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뇨.... 그건 아니구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다행이다.


"혹시... 괜찮으시면 오늘 병원에 와주실 수 있으세요?"

"오늘요?"

"네... 저녁에 병실이 비는데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아.... 그렇군요."


시계를 본다. 오후 3시 반.

"어차피 내일 쉬니까 괜찮아요. 이따가 퇴근하고 바로 갈께요."

"네.. 부탁드릴께요."


어딘지 모르게 연희언니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나온다.

아마도 행여 연희가 혼자 있게 될까봐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부탁이라뇨... 당연히 제가 해야죠."


행여 간병인이 있어 돌본다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고마와요......"


목소리에 물기가 조금 많이 묻은듯 하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를 기다리는

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가 전해져온다.


"정말... 고마와요. 제부...."


=========


"죄송합니다. 이만 퇴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오후 4시가 되기도 전에

책상을 정리하고 일어서자

팀장의 눈빛에 의아함이 나타난다.


"여자친구가 몸이 안좋아서 가봐야겠네요. 죄송합니다."


너무도 당당한 내모습에 기가 막혔으리라.

당황한 팀장의 모습이 역력하다.


"월요일날 뵙겠습니다."


인사와 함께 ID카드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내게

박이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유대리 퇴근하는 건가?"


잠시 멈짓하던 팀장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금... XXX호텔 불시 점검나가는 중이에요. 현장직퇴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 그렇구먼..."


쓴 웃음이 나온다.

아직 쫓겨날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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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까지 찬다.

군을 제대한 이후로 이렇게까지 뛰어본 적이 얼마만인가.


입에서 단내가 난다.

그래도 쉬지않고 계속 달린다.


밀리는 택시안에서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도중에 내린것이 잘못이라면 잘못.


하지만.... 후횐하지 않는다.

다만 1분이라도 먼저 도착할 수만 있다면

나는 열번이고 백번이고 달려가리라.



병원문을 열고

연희가 누워있는 병실로 올라간다.

계단을 굽이굽이 돌아

나의 발에 풍진이 일때까지 달려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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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삼춘....."


눈물이 울컥나온다.

며칠 못본사이 온통 보라색이 되어버린 영원이의 입술.

코로 연결이 되어 이어져있는 작은 호스.


"보고싶었어효..."


이 작은 아이의 몸에

신은 왜 이런 고통을 내려주는 것일까.


"나도... 무척 보고싶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해도

판도라의 상자속 마지막 남은것이

한가지 절망뿐이라 할지라도

우린 행복했었다.


영원아,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내 생에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단다..

그거 알고 있니?


응.. 삼춘.

나도 그랬어효.ㅎㅎ


이름모를 측정기들의 삑삑거림들 속에서

우린 잠시 그렇게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부몰락지대에 머물던 석양이

영원이가 머물고 있는 병실창문에도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답던..

그런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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