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영원의나라
이것은 이야기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이잘의 어느 곳에서
사람들을
스쳐지나갔을지 모르는
어떤 두사람의
가슴아팠던 이야기.
==========================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네...."
영원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
하얀블라우스에 회색 정장을 입은채로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사람은
영원이의 작은 언니였다.
.
.
.
.
.
.
.
영원이와 그렇게 전화통화가 끝난 이후로
나역시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아직도 귓가에 메아리치던 영원이의 비명소리.
그리고 수화기 저편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그 아비규환의 소리속에서
나는 의사를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곳은 분명 병원이었다.
.
.
.
.
모니터는 여전히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의 흑마는 온통 회색인 세상속에서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 영혼의 치유사 앞에
언제까지나 그대로 서있었다.
"띠리리리~~"
전화기를 집어들고 누구인지 확인해본다.
아까 영원이가 걸었던 그 번호다.
"여보세요."
"............"
아까 영원이의 언니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
나는 잠시 아무말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
.
.
.
.
.
.
"연희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
눈매가 영원이와 많이 닮았다.
"많이 놀라셨었죠...."
내가 자리에 앉자 연희의 언니가 말을 건넨다
"말씀도중에 죄송합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께요. "
본래 말을 짜르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인삿말보다
내 마음속에 영원이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다.
"연희.... 지금 어디에 있는거죠?"
"아......"
지금 내 머릿속엔 영원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괜찮은 건가요?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내게 나지막한 말투로, 하지만 너무도 또렷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했다.
"연희가 많이 아파요...."
"........."
"벌써... 꽤 오래됐네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였으니..."
"........."
"그때부터 지금까지... 5~6년동안 병원신세를 졌죠..."
병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어떤병이죠....?"
내가 처음으로 영원이를 보았을때
그 해맑은 모습과 눈부신 기억은
정말이지 아픈사람의 그것이 아니었었다.
"........."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희...... 백혈병이에요."
======
제길.....
머리속이 멍해져 온다.
"집에서 항상 요양을 하면서... 밖에도 나가지 못했죠."
"........."
"녹즙, 상황버섯, 구운통마늘에 죽염, 그런것들이 연???의 식사였어요."
젠장...
"....림프구성 인가요, 아님 골수성인가요...."
"네??"
한참만에 나는 입을 열었다.
"벌써 5~6년이상됐다면 만성일테고..... 아마 골수성이겠군요."
"....어..... 어떻게?"
빌어먹을 운명.
더러운 하늘의 장난.
"....글리벡 투여한지는 오래됐나요..."
"아... 한 4~5년정도...."
운명의장난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일까.
하늘의 무책임함에 또 한번 치를 떤다.
젠장...젠장...젠장!!!!!!
=========
흔히 알고있듯이 백혈병은 불치병이다.
그리고 연속극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고.
하지만...
그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백혈병은 한가지가 아니다.
그 증세에 따라 급성이 있고 만성이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뉜다.
전부 치유가 어려운 병들이고, 그 모든것이 백혈병으로 불리운다.
피가 하얗게 되어 죽게된다는 병.
한마디로.. 백혈병은 그러한 난치병의 총칭이다.
"후......."
연희의 언니라는 사람과 헤어져 나오면서
담배를 하나 피워물었다.
더러운 운명의 장난.
오래전에 기억에서 지웠던 아픈기억이 있다.
.
.
.
.
.
.
"...어쩌면 좋니...."
".........?"
수화기를 내려놓던 어머니의 음성이
파르라니 떨린다.
"현진이가.... 백혈병이라는구나..."
".....마... 말도 안돼."
내가 대학 신입생시절,
나는 이모할머니를 백혈병으로 잃었다.
어머니께서 내내 할머니의 수발을 드시다가
만 1년여의 투병을 거치시고
끝내 어머니의 품안에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모할머니ㅡ 외할머니의 동생ㅡ 이긴 하셨어도
워낙 우리어머니를 아껴주셨던 분이고
나를 친손자 만큼이나 아껴주셨기에
어린시절부터 내 기억속에는 그분의 기억이 항상 존재했었다.
항상 잔잔한 미소를 짓고 계셨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홀로 딸을 훌륭하게 성장시키셨으며
이모역시 그런 할머니 밑에서 아름답게 자라
어느새 시집을가고, 예쁜 딸쌍둥이까지 낳았던 터였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가 지병으로 가신지 채 1년이 되기전에
그 하나 남은 이모까지 백혈병에 걸린것이다.
"그게... 말이 되요? 할머니가 백혈병으로 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게나 말이다."
"백혈병이 그렇게나 흔한병이였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어...."
어머니는 아무말없이 이모네댁으로 향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내 이모의 병수발을 들었고...
이모는 갓난쟁이 어린 쌍둥이 두 딸을 두고
병을 앓은지 반년이 채 되기전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
.
.
.
.
"흑.... 현민아..... 이모가 오늘 하늘나라로 갔단다...."
"........"
젊으셨던 시절... 간호사일을 오래하셨던 관계로...
많은 분들의 임종을 지켰던 어머니셨지만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리라.
"엄마... 괜찮아요. 현진이 이모는 좋은 곳으로 갔을꺼에요...."
"흑....."
"할머니도 먼저가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잘됀 일인지도 모르죠..."
"흐흑...."
내 눈가에도 이슬이 맺힌다.
"이모하고 할머니가 워낙 사이가 좋았잖아요. 할머니도 이젠 적적하지 않으시겠다..."
"흑흑....."
이모가 하늘나라로 떠나던 그날 낮에 이모가 그랬단다.
"언니.... 나 시원한 수박 한쪽이 너무 먹구 싶어...."
때는 아직 이른 늦겨울과 초봄사이.
시기상으로 제철수박이 나올때가 되지 않았다.
"수박은 아직 나올때가 안됐어. 백화점껀 비싸니까.. 좀만 참아..."
그리고 저녁을 차려놓고
이모에게 밥먹자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때 이모는 조용히 숨을 거둔 뒤였다.
"흑.... 그깟 수박한쪽이 뭐라고.... 백화점 지하에가면 항상있는게 수박인데...."
어머니는 내내 이모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걸 가슴아파 하셨다.
분명, 어머닌 다음날 이모댁에 갈때 수박을 사가시려 했을것이다.
내가 봐왔던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으니까.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도... 평생 남을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신분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모에게 마지막에 참으라고 말했던
그 말한마디가 그리도 한이 맺히셨나보다.
"...먹고싶다던 수박도 못먹였는데... 현진아.. 언니가 잘못했어....흑흑....."
이모의 관이 불속으로 들어가던.. 화장터에서... 어머니는 내내 그렇게 오열을 하셨다.
그때 바로 사러 나가셨다고 한들, 이모가 먹었을 수나 있었을까..
쌍둥이 어린애기 둘을 집안에 두고
멀리 떨어진 백화점까지 갔다올 수도 없는 상황이셨으면서도
그것이 가슴에 그리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할머니와 이모, 그 둘을 1년만에 모두
백혈병이라는 악마에게 빼앗겼었다.
.
.
.
.
.
.
지나가던 길가 레코드샵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은 샵이 많이 사라졌건만... 아직 신촌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이사오 사사키의 오버 더 레인보우....
영원이의 핸드폰 벨소리.
"........제기랄...."
그동안 희미하게 지나쳤던 모든일들이
하나둘씩 오버랩되며 모든것이 뚜렷해진다.
영원의나라...
에버랜드...
오버 더 레인 보우....
유난히도 피부가 하얗던 아이.
조금만 뛰어도 숨이차서 힘들어 하던 아이.
연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홀로 힘겹게 버텨내 왔던 것이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저 높은 곳에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자장가에 가끔 나오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어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하늘은 푸르고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네가 감히 꿈꿔왔던 일들이 정말 현실로 나타나는 나라.....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모든 것이 지어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이것은 이야기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이잘의 어느 곳에서
사람들을
스쳐지나갔을지 모르는
어떤 두사람의
가슴아팠던 이야기.
==========================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네...."
영원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
하얀블라우스에 회색 정장을 입은채로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사람은
영원이의 작은 언니였다.
.
.
.
.
.
.
.
영원이와 그렇게 전화통화가 끝난 이후로
나역시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아직도 귓가에 메아리치던 영원이의 비명소리.
그리고 수화기 저편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그 아비규환의 소리속에서
나는 의사를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곳은 분명 병원이었다.
.
.
.
.
모니터는 여전히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의 흑마는 온통 회색인 세상속에서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 영혼의 치유사 앞에
언제까지나 그대로 서있었다.
"띠리리리~~"
전화기를 집어들고 누구인지 확인해본다.
아까 영원이가 걸었던 그 번호다.
"여보세요."
"............"
아까 영원이의 언니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
나는 잠시 아무말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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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
눈매가 영원이와 많이 닮았다.
"많이 놀라셨었죠...."
내가 자리에 앉자 연희의 언니가 말을 건넨다
"말씀도중에 죄송합니다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께요. "
본래 말을 짜르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인삿말보다
내 마음속에 영원이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다.
"연희.... 지금 어디에 있는거죠?"
"아......"
지금 내 머릿속엔 영원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괜찮은 건가요?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내게 나지막한 말투로, 하지만 너무도 또렷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했다.
"연희가 많이 아파요...."
"........."
"벌써... 꽤 오래됐네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였으니..."
"........."
"그때부터 지금까지... 5~6년동안 병원신세를 졌죠..."
병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어떤병이죠....?"
내가 처음으로 영원이를 보았을때
그 해맑은 모습과 눈부신 기억은
정말이지 아픈사람의 그것이 아니었었다.
"........."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희...... 백혈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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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머리속이 멍해져 온다.
"집에서 항상 요양을 하면서... 밖에도 나가지 못했죠."
"........."
"녹즙, 상황버섯, 구운통마늘에 죽염, 그런것들이 연???의 식사였어요."
젠장...
"....림프구성 인가요, 아님 골수성인가요...."
"네??"
한참만에 나는 입을 열었다.
"벌써 5~6년이상됐다면 만성일테고..... 아마 골수성이겠군요."
"....어..... 어떻게?"
빌어먹을 운명.
더러운 하늘의 장난.
"....글리벡 투여한지는 오래됐나요..."
"아... 한 4~5년정도...."
운명의장난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일까.
하늘의 무책임함에 또 한번 치를 떤다.
젠장...젠장...젠장!!!!!!
=========
흔히 알고있듯이 백혈병은 불치병이다.
그리고 연속극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고.
하지만...
그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백혈병은 한가지가 아니다.
그 증세에 따라 급성이 있고 만성이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뉜다.
전부 치유가 어려운 병들이고, 그 모든것이 백혈병으로 불리운다.
피가 하얗게 되어 죽게된다는 병.
한마디로.. 백혈병은 그러한 난치병의 총칭이다.
"후......."
연희의 언니라는 사람과 헤어져 나오면서
담배를 하나 피워물었다.
더러운 운명의 장난.
오래전에 기억에서 지웠던 아픈기억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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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좋니...."
".........?"
수화기를 내려놓던 어머니의 음성이
파르라니 떨린다.
"현진이가.... 백혈병이라는구나..."
".....마... 말도 안돼."
내가 대학 신입생시절,
나는 이모할머니를 백혈병으로 잃었다.
어머니께서 내내 할머니의 수발을 드시다가
만 1년여의 투병을 거치시고
끝내 어머니의 품안에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모할머니ㅡ 외할머니의 동생ㅡ 이긴 하셨어도
워낙 우리어머니를 아껴주셨던 분이고
나를 친손자 만큼이나 아껴주셨기에
어린시절부터 내 기억속에는 그분의 기억이 항상 존재했었다.
항상 잔잔한 미소를 짓고 계셨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홀로 딸을 훌륭하게 성장시키셨으며
이모역시 그런 할머니 밑에서 아름답게 자라
어느새 시집을가고, 예쁜 딸쌍둥이까지 낳았던 터였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가 지병으로 가신지 채 1년이 되기전에
그 하나 남은 이모까지 백혈병에 걸린것이다.
"그게... 말이 되요? 할머니가 백혈병으로 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게나 말이다."
"백혈병이 그렇게나 흔한병이였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어...."
어머니는 아무말없이 이모네댁으로 향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내 이모의 병수발을 들었고...
이모는 갓난쟁이 어린 쌍둥이 두 딸을 두고
병을 앓은지 반년이 채 되기전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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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현민아..... 이모가 오늘 하늘나라로 갔단다...."
"........"
젊으셨던 시절... 간호사일을 오래하셨던 관계로...
많은 분들의 임종을 지켰던 어머니셨지만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리라.
"엄마... 괜찮아요. 현진이 이모는 좋은 곳으로 갔을꺼에요...."
"흑....."
"할머니도 먼저가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잘됀 일인지도 모르죠..."
"흐흑...."
내 눈가에도 이슬이 맺힌다.
"이모하고 할머니가 워낙 사이가 좋았잖아요. 할머니도 이젠 적적하지 않으시겠다..."
"흑흑....."
이모가 하늘나라로 떠나던 그날 낮에 이모가 그랬단다.
"언니.... 나 시원한 수박 한쪽이 너무 먹구 싶어...."
때는 아직 이른 늦겨울과 초봄사이.
시기상으로 제철수박이 나올때가 되지 않았다.
"수박은 아직 나올때가 안됐어. 백화점껀 비싸니까.. 좀만 참아..."
그리고 저녁을 차려놓고
이모에게 밥먹자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때 이모는 조용히 숨을 거둔 뒤였다.
"흑.... 그깟 수박한쪽이 뭐라고.... 백화점 지하에가면 항상있는게 수박인데...."
어머니는 내내 이모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걸 가슴아파 하셨다.
분명, 어머닌 다음날 이모댁에 갈때 수박을 사가시려 했을것이다.
내가 봐왔던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으니까.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도... 평생 남을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신분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모에게 마지막에 참으라고 말했던
그 말한마디가 그리도 한이 맺히셨나보다.
"...먹고싶다던 수박도 못먹였는데... 현진아.. 언니가 잘못했어....흑흑....."
이모의 관이 불속으로 들어가던.. 화장터에서... 어머니는 내내 그렇게 오열을 하셨다.
그때 바로 사러 나가셨다고 한들, 이모가 먹었을 수나 있었을까..
쌍둥이 어린애기 둘을 집안에 두고
멀리 떨어진 백화점까지 갔다올 수도 없는 상황이셨으면서도
그것이 가슴에 그리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일까.
그렇게..
나는 할머니와 이모, 그 둘을 1년만에 모두
백혈병이라는 악마에게 빼앗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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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길가 레코드샵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은 샵이 많이 사라졌건만... 아직 신촌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이사오 사사키의 오버 더 레인보우....
영원이의 핸드폰 벨소리.
"........제기랄...."
그동안 희미하게 지나쳤던 모든일들이
하나둘씩 오버랩되며 모든것이 뚜렷해진다.
영원의나라...
에버랜드...
오버 더 레인 보우....
유난히도 피부가 하얗던 아이.
조금만 뛰어도 숨이차서 힘들어 하던 아이.
연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홀로 힘겹게 버텨내 왔던 것이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저 높은 곳에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자장가에 가끔 나오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어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하늘은 푸르고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네가 감히 꿈꿔왔던 일들이 정말 현실로 나타나는 나라.....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모든 것이 지어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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