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 관광청이 첫 부산 취재에 나섰다. 경기 강원 충청 전라 지역까지 전국을 누볐음에도 유독 경상남북 지역만은 소원함 감이 없지 않았다. 뭐, 지역 감정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거리가 멀어서랄까. '뽕빨 스삐릿'이라는 관광청 제 1의 취재원칙에 의거해 한 번 뜨면 그야말로 뽕을 뽑아야 하지 않겠나. 우리, 깨작거리는 거 못한다 아이가.
부산 원주민(?)이랄 수 있는 어여쁜 현지 학생기자도 가세하여, 부산 첫 방문인 분 혹은 몇 번을 가도 도무지 어딜 가야할 지 모르는 분들에게 '학실하게' 탁집어 콕! 해 준다 안 하나. 자, 이제 첫 번째 기사 나가신다. 부산, 하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대표 음식들을 중심으로 선정한 해운대의 맛집들이다. |
해운대 맛집 분포도 | 상세지도는 아래 나온다.
언덕위의 집
모호 review
해운대 가 봤다고 하면 부산 출신 분들이 꼭 되묻는 말이 있다.
"달맞이 고개는? 가 봤나?"
고개를 저으면 서울 촌놈 취급 당한다. 그러니까 해운대까지 갔다면 꼭 가보자. 달맞이 고개.
달맞이 고개는 해운대의 가장 훌륭한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낮에는 탁 트인 하늘과 수평선, 그리고 밤에는 멀리 광안대교 불빛과 함께 온통 한 통속으로 새카만 바다와 하늘 한 가운데 커다랗게 붙박은 달 구경을 할 수 있는 곳. 그래서 달맞이 고개다.
부산에서 가장 비싼 집값으로도 유명한 이 일대에 우후죽순 해운대 프리미엄 전망을 담은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들어섰으니 분위기 잡을 곳 많아서 좋긴 하겠는데... 다 가 볼 수는 없고. 그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 받았다는 이 곳, 언덕위의 집이다.
담쟁이 덩쿨이 뒤덮인 통나무 집. 내부 역시 고풍스러우면서도 품위있는 스타일. 가장 큰 목적이 전망이니만큼 테라스에 자리잡아 보자.
그리고 찍어보자, 멋진 야경. 아아 그런데 달은 뜨지 않고, 해변의 야경은 한 프레임에 다 담기지 않는다. 너무 넓다, 해운대 야경.
음식 맛을 보도록 하자.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가장 많은 간택을 받는 대표 메뉴들, 컴비네이션 피자 / 안심 스테이크 / 해물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전망 프리미엄을 감안한다면 그리 비싸다 볼 수 없는 음식 가격인데, 맛은 평균 이상이라 볼 수 있겠다. 대한민국에 가장 많이 깔린 스파게티 체인점 소뭐시기에 비하면 월등하다고도 볼 수 있는 스파게티에, 스테이크 육질도 상당하다. 휘핑크림을 듬뿍 얹은 통감자는 싱싱한 감자에서만 얻을 수 있는 맛, 입안에서 과립이 부서지는 고소함이 들어있다. 역시 음식은 재료의 신선함이 좌우한다.
상대적으로 피자는 평범한 편이다. 토핑에 비해 도우가 두꺼운 감이 있다.
원주민 김양 review
달맞이 고개의 새로 정비된 산책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예쁜 통나무 레스토랑 '언덕 위의 집'이 나온다. 실내도 예쁘지만 바깥 테라스에 앉으면 광안대교와 해운대에서 광안리까지 이어진 해변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석양이 질 때쯤 연인과 함께 우아하게 칼질하며 와인 한 잔 마셔도 좋겠고 친구들과 함께 커피를 사이에 두고 수다를 떨어도 좋을 듯 하다.
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진 토마토 스파게티를 비롯 전체적인 음식 맛도 꽤 괜찮은 편.
언덕위의 집 051-743-2212 위치 : 언덕 위에 있으니 걷기 싫다면 해운대 주도로 아무데서나 택시를 잡아타고 '언덕위의 집이요'하면 요금 2-3천원 정도 나온다만, 걸어 올라가 보시길 권한다. 선창횟집 옆 골목에서 언덕을 따라 올라가다가 해월정 방향으로 한 20분만 걸으면 나온다. 달맞이 고개 업소들 중 해운대에서 가장 가깝다. 메뉴 : 안심스테이크 2만원 / 토마토 스파게티 1만3천원 |
원산면옥
때깔단 知眞我 review
밀면의 텃세(?)속에서도 부산지역 냉면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으며 성업중인 곳, 원산면옥은 현재는 광복본점과 해운대점을 각각 두 형제가 운영하는데 그 외 다른 지점은 두지 않으니 유사업소에 주의하시라는 말씀.
초대 사장님이 이북에서 내려온 후 부산에 터를 이룬지 50년이라는데, 육수가 담겨나오는 컵을 보니 그 역사가 계속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 '엽차잔'. 정말 오랜만에 본다. 육수는 면수가 아닌 고기를 함께 끓여낸 것이다.
어느 냉면집이든 물냉과 비냉을 갖추지만, 이 집은 독특하게도 물냉은 메밀가루로 뽑은 평양냉면을, 비냉은 고구마 전분으로 뽑은 함흥냉면이다.
반죽부터 면을 뽑는 것, 또 삶는 시간도 각각 달리 해야할 것인데도 굳이 이런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손님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니 감사할 뿐.
평양냉면의 육수는 소,닭,돼지를 함께 써서 우린다. 짜고 단 것을 즐기는 부산의 취향을 따라간 것인지 다른 서울의 평양냉면집들과는 달리 맛이 진하고 달다. 함흥냉면 전문점이 모여있는 오장동의 물냉면과 비슷하다.
냉면 위의 고명들도 계란, 배, 절인 무, 절인 오이, 편육(돼지), 다진 파 등으로 함흥식과 평양식이 절충된 듯 하다.
하지만 면발은 메밀향이 콧속으로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제대로 된 평양식이다. 다른 곳에서 평양냉면을 처음 접하고 '밋밋한 것이 네 맛도 내 맛도 아니'라고 생각하신 분들은 이 집의 평양냉면이 적당할 듯 하다.
이 집을 찾는 손님 중 70% 이상이 함흥냉면 손님이라고 한다. 비빔냉면과 회냉면의 구분 없이 함흥냉면을 시키면 위의 회냉면이 나온다.
고명 중의 회는 가오리를 쓰고 있다고 하는데 거치적 거리는 물기 없이 씹는 맛이 꽤나 만족스럽다.
원래 밀면은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부산사람들이 밀가루로 면을 뽑아 냉면을 만들어 먹은 것이 유래라 한다. 밀가루로라도 냉면의 맛을 재현하려 했던 부산사람들이 50년 넘게 찾아가는 정통 냉면집이라면 충분히 방문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원산면옥 해운대점 051-747-8001 위치 : 해운대 그랜드 호텔과 오션타워 사잇길로 50m 메뉴 : 냉면 6천원 / 만두국 6천원 / 가오리회 2만원 / 빈대떡 5천원 / 사리 2천원 |
어다빈 횟집
모호 review
생선회는 싼 음식이 아니다. 안주로 삼는다면 크게 비싸다고 보긴 힘들지만 식사로 삼기엔 부담스러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왕 먹는 생선회, 고즈넉하고 분위기 좋은 집을 찾으려면 지불해야 하는 액수가 더 올라간다. 그럴 듯한 일식집이라면 둘이서 10만원 쯤은 각오해야 하지 않던가. 박리다매를 외치는 무슨무슨 수산 어쩌고 하는 대형 회 '할인마트'를 가도 한 상에 4, 5만원이다.
떠들썩한 분위기를 피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은 횟집을 찾는다면, 이 곳이다.
어다빈횟집은 아예 해운대에서 조금 벗어난, 송정 해수욕장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5층에 있다. 그리고 업소 3면이 창이다. 일단 전망 하나 시원하게 시야를 채운다.
정갈한 인테리어에 고즈넉한 분위기. 눈은 충분히 즐거워졌는데, 음식 맛 역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울까?
차례로 내 오는 음식 모양, 식기 하나 하나에서 감이 온다. 그저 비싸고 예쁜 식기가 아니라 음식과 어우러지는 디자인에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으레 대충 속이나 진정시키라고 주는 죽 한 그릇부터 전복죽이다. 한치 물회나 데리야키 생선구이, 구워낸 새우, 훈제연어로 말아낸 샐러드에 계란 찜 하나까지. 얼마 되지 않는 생선회에 앞서 배나 채우라고 내주는 '쯔키다시'가 아니다. 하나 하나가 양이 아니라 맛에 중심을 둔, 그 맛의 원천은 '정성'인 음식들이다.
어다빈횟집의 사장님과 사모님은 주방장과 함께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직접 서빙을 한다. 대충 구색만 맞추게 마련인 쯔키다시 메뉴를 개발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먹기 전에 눈부터 충분히 즐겁게 해 주는 음식. 회 맛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해운대에서 약간의 시간을 더 들일 여유가 있다면 어다빈 횟집, 강력 추천이다.
어다빈횟집 051-703-5050 위치 : 지하철 2호선 장산역에서 택시나 버스로 10분 거리. 송정터널 지나 세양아파트 끼고 우회전. KTF사옥 앞 위치. 메뉴 : 돔,우럭,게르치 모듬회 1인 2만원 기준 / 스페셜 모듬회 1인 3만원 |
싱가 SINGA
모호 review
싱가폴 음식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음식이 없다. 중국이나 일본, 태국, 베트남 심지어 인도네시아라고 하면 그 나라 고유의 음식들이 몇 가지 떠오르는데, 싱가폴은 도무지 그 나라의 음식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싱가폴만의 고유 음식이란 '없다'가 정답이다. 싱가폴이라는 나라 자체가 도시국가인데다가 중국계 인도계, 그리고 영국 문화가 뒤섞인 그야말로 다국적 문화의 총집합이다. 바로 그 점이 싱가폴 고유의 음식문화이기도 하다.
해물을 주재료로 다양한 나라의 음식 스타일이 섞인 '퓨전' 그 자체인 싱가폴 음식점. 대한민국엔 오직 여기 한 군데 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싱가'의 인테리어를 채운 각종 소품들이 더욱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대표 선수는 칠리크랩이다. 적당히 맵고 달착지근한 칠리 소스를 끼얹어 쪄낸 머드 킹크랩. 칠리소스는 적당히 매운 것이 익숙하게 먹기 좋았고 소스에 따끈하고 쫄깃쫄깃한 빵을 찍어 먹거나 밥을 비벼도 그만이다.
요렇게 사납게 생긴 놈이- 이런 신세가 된다.
무엇보다 게살이 상당히 달콤하고 씹는 맛이 좋다. 머드크랩은 싱가폴에서 2주에 한 번씩 들여 와 요리되는 그 순간까지 살아있다. 주방에서 키운다는데, 적정 온도까지 맞춰주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 눈에 보기에도 성질 더러은 얘네들이 죽지 않는다고.
싱싱한 대구살을 뫼니에르해서 각종 야채와 향신료를 넣고 끓여 낸 아쌈피쉬. 역시 묘하게 이국적이면서도 익숙한 맛이다. 한입 두입 먹다 보면 희한하게도 양푼을 요청해서 밥을 쓱쓱 비벼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대구살은 탄력이 있으면서도 씹을 때 '짝'소리가 나도록 입에 붙는 점도가 매력적이다.
오트밀을 입혀 튀겨낸 새우는 껍질까지 통째로 씹어먹어도 좋을 만큼 고소하고 달다.
때깔단 知眞我 review
싱가의 사장님, 상당히 젊다. 7년 간 시티은행 외환딜러로 근무하느라 살았던 싱가폴에서 반한 음식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싶어 싱가폴인 주방장 2명을 꼬셔 와 올 2월 광안리에서 가까운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단다.
이런 사연은 외국 음식을 들여 온 식당들이 말하는 '보도자료'와 같은 건데, 싱가의 사장님은 직접 가운 차림을 하고 주방에서 함께 음식을 만든다니 빈말은 아닐 터.
모든 손님이 다 누릴 순 없겠지만, 한가한 시간에 오면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직접 크랩 살을 발라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음식이란 대화와 소통의 매개체가 될 때 비로소 문화가 되는 것 아닐는지.
음식 가격이 언뜻 비싸게도 느껴진다만, 7천원으로 수프와 메인요리와 밥을 먹을 수 있는 런치 스페셜을 비롯해 세트 메뉴의 구성이 매우 알차다. 게다가 2+1 이벤트로 크랩 3마리를 8만 원에 먹을 수 있는 행사를 영화제 기간까지 유지한다니 부산에 가신다면 놓치지 마실 것.
단원의 경우는 이 집에선 밥보다 술이다. 와인, 생맥주, 중국 술, 소주... 없는 술이 없다. 싱가폴 근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잠시 근무한 곳이 술 회사라서 그런지 아님 사장님이 술을 좋아해선지 모르겠지만 이 집, 술에 대해 상당히 관대하다.
무난한 와인들이 마트 가격의 1.5배에서 2배 정도에 불과한데다. 콜키지도 받지 않는단다. 또 1주일에 한 번 사장님 맘 내키면 보틀로만 파는 와인을 하우스 와인으로 제공한다니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요리 하나 주문하고 와인 한 잔 기울이면서 느긋하게 영화얘기를 나누실 수도 있을 듯.
싱가 051-626-3883 위치 : 지하철 금련산역 / 버스 금련산 청소년수련장 하차 후 맥도날드 옆 골목 - 길 하나 건너 수영구청 방면으로 부산은행 지나 첫 골목으로 우회전, 10m / 오후 3-5시는 저녁준비 시간으로 쉰다. 메뉴 : 칠리크랩 4만원 / 오트밀 왕새우튀김 33,000원 / 런치세트 1만 ~1만 5천원(1인) / 디너세트 8만원(2-3인 기준) |
이상 부산의 대표 맛집 - 해운대와 송정, 광안리 선수 아홉을 만나 보셨다.
찾아보니 짜고 맵기만 하고 맛있는 음식 없다던 소문들, 편견에 불과했다. 독특하고 특색있는 맛 여행, 이제 절반 밖에 소개하지 못했으니.
찍어 온 사진들 정리하는 데만 꼬박 이틀이다. 그 다양한 음식과 풍경들을 다 담을 지면이 모자라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자, 다음 주에는 남포동을 중심으로 한 부산 대표 맛집 2탄과 함께 보너스로 부산에 갔다면 꼭 가봐야 할 곳들, 그리고 특히 부산 영화제 가시는 분들을 위한 저렴 숙박시설 세 곳을 소개한다.
기대해 줄 거지?
부산 취재를 위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특히 커뮤니티 [한량]과 [때깔단] 여러분들께 감사의 큰 절 올리련다. Very Thanks To : 시저님, jmhk18님, 분수님, 열빠님, 캡짱님, 벽이란님, 사계님, 꽉자님, 뿕은화살님.... 그외 다수. Very very very Thanks To : 철인 5종 경기에 필적할 육체노동량을 소비하면서 먹고 걷고 달리고 또 먹고 먹고 먹고 서올 돌아오자마자 밤새가면서 쓰고 쓰고 또 뜨신 지진아님. 그리고 먹고 먹고 쓰고 쓰기에 기꺼이 참여해 주신 원주민 김서영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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