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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나는 흑마다...(6) (by 영원의나라)

6. First

ㅡ 처음이란
뭐든지 가슴을 뛰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랑도 그렇다.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조건도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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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르릉~~"

침대 머리맡에 자명종이 언제나처럼 나를 깨운다.

언제나처럼 잠결에 자명종을 찾아 손을 뻗은뒤에

자명종을 집고 이불속에 넣고 꼬옥 끌어안는다.

경험상 이러면 소리가 잘 안들린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ㅎ


"딱 5분만.....음냐..."


잠결에 이상한 생각이 든다.

오늘은 토요일.

즐거운 토요일.

회사를 안나가도 되고, 짜파게티를 끓여먹어도 된다.


....아, 짜파게티는 일요일이구나. -_-


"헉!! 맞다"

그제서야 왜 어제 잘 때 자명종을 맞춰놓았는지 생각이 났다.


부랴부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자명종을 끄고

컴부터 부팅시켰다.


졸린눈을 비벼가며 칫솔을 입에 물고 오늘 하루 스케줄을 생각해본다.

일단 경매장을 뒤져가며 리넨옷감, 비단옷감, 마법옷감, 룬무늬옷감을 질러야한다.

이번주내내 틈만나면 재봉을 올리기 위해 옷감들을 지르긴 했었는데

아직은 택도없는 양일 것이다.


"후..... 14칸 가방 만들기가 쉬운일이 아니구나."


입안가득 치약거품을 뱉고 물을 잔뜩 머금어 입안을 행군다.

어제도 내내 마법옷감과 룬옷감을 질러댔지만

이따 저녁까지 14칸 가방 을 만들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사실 경매장에서 14칸 가방 4개를 질러봤자

12골 안팎이면 뒤집어 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
.
.
.
.

"은빛님, 그런데 흑마법사는 가방도 마법으로 만드는 거에요?"

".........-_-"

"후아!! 진짜 흑마가 제일 이네요. 가방도 막 만들고."

"음... 그게 흑마가 만들기도 하는데... "

"근데요?"


백성의 민병대퀘 3차를 하기위해 데피아즈단 소굴을 잿더미로 만들고

잠시 엠탐을 하고 있는 내게 뜬금없이 질문이 날아왔다.


......왠지 사실대로 말해주기 싫다. -_-


"하하하!! 그러니까... 이건 아주 능력있는 흑마만 만드는 거에요."

"아...."


오오.... 믿는다. +_+


"어설픈 만랩들은 절대 못만들죠.-_-"

"그렇군요.... "

"이게 도안도 배워야하고, 옷감도 있어야하고..... 보통 힘든게 아니거든요."


...그게 힘들면 채광이랑 무두는 죽어야되는데. -_-


"역시 은빛님은 대단하세효. 'ㅁ' "


훗.... 별말씀을. -_-;;


"은빛님은 이름도 예쁘고, 얼굴도 이쁘고, 가방도 만드는군요!! 'ㅁ'"

"음... 음.... 그게 틀린이야기는 아닌데.. 왠만하면 이름 이야긴 좀 빼고...-_-"


아놔... 그렇게 진지한 눈빛으로 이름예쁘다고 좀 하지마세요.ㅠㅠ

다른 이름 지어서 부캐 새로 키울까보다.ㅜㅜ


"그럼 가방만 만드는 거에요?"

"아뇨, 옷도 만들수 있고 신발도 만들수 있어요."

"와!! 진짜요?"


점점 이야기가 이상한 데로 흘러간다.

이런... 이러다가 지금 만들어 보라고 하면 곤란한데 -_-;;;


"근데 아직 영원님 랩이 넘 낮아서 제가 만들어드려도 못입어요. ㅎ"

"그렇구나..... 뉴_ㅠ"


급하게 문제발생 요소는 없앴지만....

사람 맘 약해지게시리 또 운다.;;;


뭔가 위로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후딱 랩업하세요. 그럼 제가 다 만들어 드릴께요."

"와!! 진짜효??"

"그럼요. ㅎ"


거짓말도 할수록 는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후딱 재봉 숙련도 올려야겠다.


"우히. 그럼 나중에 저도 고랩되면 '은빛나래표' 옷이랑 가방 가지는 거네효?"

"하하하하하.... 당연하..... "


가... 가만있자. 은빛나래표....

이거 뭔가 중요한 걸 잊은 것 같은데.....-_-?


그랬다.

인던 아이템파밍의 기본은 14칸가방 네개 싹 다 비우고 출발하는 것.

이것저것 다 가지고 오고싶은 초보의 기본심리상

루팅하다가 인벤이 가득차서 못먹는 아이템이 있을경우엔

설령 그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회색 돌맹이라도 안타까운 법.


정리하자면

※ 당초의 계획

1. 벤퀘가기전 경매장에서 14칸 가방을 산다.

2. 선물로 주고 벤퀘를 돈다.

3. 녹템 가득가득먹고 기쁨가득, 행복두배.


이거였는데.....

1. 벤퀘가기전 경매장에서 14칸 가방을 산다. <===== 삐!!! 제작자 이름나온다.

..........................-_-;


안돼... 오늘 저녁때까지 무슨일이 있어도 14칸 가방까지 만들수 있는 숙련을 올려야 돼.ㅠㅠ

이래서 아침 꼭두새벽부터 나와서 경매질을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이 됐다.


리넨 두루마리를 만든다.

비단 두루마리를 만든다.

마법 두루마리를 만든다.

룬무늬 두루마리를 만든다.


후아.... 돈이 팍팍 줄어간다.


사방팔방에 있는 재봉의 대가들를 찾아다닌다.

이것저것 정신없이 만들고 상점에 팔고 반복적인 재봉숙련 올리기가 계속된다.

경매장서 지른 14칸 룬매듭가방 도안, 제작 요구 숙련도는 245.....

아직 갈길이 멀다.


내가 와우를 시작한 이래로, 오늘처럼 무언가를 위해서 열심히 뛰어본 적이 있었던가.

누가 재촉한 것도,

엄청난 댓가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14칸 가방을 목표로 밥먹는 것도 잊은채 하루종일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이제 얼마 안남았어. 조금만 더....'


.
.
.
.
.
.
"받으세요. ^^"

"헉..... 이거 저 주시는 거에요?"


어느덧 7시가 되고 나는 서부몰락지대로 건너가

오늘 땀의 산물인 '은빛나래표' 14칸 가방 네개를 건넸다.


"가방 다 바꾸시고 컨트롤+B 눌러보세요."

"..........와....ㅠㅠ"


6칸가방에서 14칸가방으로 늘렸을때의 감동....

모니터 절반을 가득채우는 비어있는 인벤의 모습...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모를 것이다.



"너무 고마와서....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ㅠㅠ"

"잠깐이면 만드는데요, 뭘."


환하게 웃고있는 사제의 등뒤로 서부몰락지대에 석양이 진다.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생각을 했다.


죽음의폐광이라는 아주 거대한 괴물을 앞에 두고

아주 잠시, 우리 둘다 아무말도 없이 석양을 보고 그렇게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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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부터 몸이 않좋아서 글을 하루 건너뛰려고 했으나

평일날 하루한개씩 반드시 올리고자했던 처음의 결심을 지키고자

점심때부터 써내려간 글인데도

벌써 네시네요..ㅜㅜ


너무 짧아서 죄송하구요.

리플과 추천을 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님들덕에 자꾸 포기하고 싶은마음을 이겨내고 있는 중입니다.


모두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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