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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나는 흑마다...(10) (by 영원의나라)

10. 만남

ㅡ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alfred d. suj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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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삼삼오오

유모차를 끌고나온 가족들의 모습들 사이에

남녀쌍쌍 커플로 나들이를 온듯 여기저기 환한 웃음들이 보인다.


'후..... 내가 여기를 왜 왔을까.'


아무래도 괜한 짓을 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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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요? ㅇㅅㅇ)a"

"응? -_-"


뜬금없이 사냥중에 말을 꺼내는 영원이.

오호. 이놈봐라. -_-


"전.화.번.호. 가르쳐달라구요!!"

"........ -_-)a"


죽음의탄광 이후로 둘이 같이 사냥다닌지도

벌써 한달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조금 무대뽀(?)같은 녀석의 행동에

당황한게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좀 더 과감하게 느껴진다.



"빨리욧!! ;ㅁ;)/"


스타카토를 주어서 말을 했음에도

내가 자꾸 딴청을 하며 말이 없자

재차 다급하게 재촉을 한다.


"그건 알아서 뭐하려고. -_-"


영원이도 어느새 레벨 30.

하지만 내눈에는 항상 렙 1짜리 초보로 보인다.


내가 만랩이니 당연한 건가. -_-


"아놔!! 쫌 갈쳐줘바바욧!! ;ㅁ;"

"..........-_-;"


내앞에서 마구마구 점프를 하며 떼를 쓰는 녀석.

아무리봐도 휴먼이 아니라 노움같다. -_-


"그게... 난 전화번호가....."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내가 졌다. -_-

살짝 /w 를 눌러서 영원이에게 귓말을 보낸다.


"016-XXX-XXXX "


갑자기 방방 뛰던 녀석이 잠잠해진다.

그리고 잠시후 까르르 웃는 모습으로 말을 꺼낸다.


"우후후!!! 저장완료!!! +ㅂ+)/"


...왠지 실수한 것 같다. -_-

갈수록 이녀석 필살기가 늘어간단 말야.



"너 장난전화 하면 안됀다."

"오호호호호!!!! 안들려요!! 안들려요!!"


그냥 장난전화 한다고 해라. -_-;;



사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사이 한달동안 몇번의 야근과 출장때문에

영원이와 같이 사냥을 못한적도 종종있었다.


그러다 다음날 부랴부랴 접속해보면

전날 경험치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영원이의 렙업바.



"너 어제 퀘스트 안했어?"

"도리도리"

"그럼 저녁내내 뭐한거야?"

"삼춘 기다렸어요. ;ㅂ;)a"


진짜 바보다.

아니, 내가 없어도 혼자 사냥도 하고

퀘스트도 해서 업을 해야지.

언제올지도 모르는 사람ㅡ 마냥기다리고 있는게 정상인가.


"왜 시간 아깝게 나 기다리고 있는건데!!! 경치올려야지!!"

"그래서 여관안에서 기둘렸어효!! '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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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이다. -_-


여관안에다 세워놓고 종료하면 경치 2배로 먹는다는 이야길

괜히 해줬나보다.


"너 바보지. -_-"

"....;ㅂ;)a"


기껏 친구추가 하는법 알려줘서

내가 접속했을 때 같이 하자고 해줬더니

이젠 나 없으면 아예 움직이지도 않고 여관안에서 앉아있다.


"다른 사람들이랑도 팟으로 퀘스트 해야지!!"

"...삼춘없으면 와우 하기 싫어효. ;ㅂ;)/"


후....

이러니 내가 접속을 못하는 날이면

얼마나 맘한구석에서 신경이 쓰이겠는가.


전화번호라도 알면 문자라도 보내서

'오늘 삼촌 야근하니까 혼자해.'

혹은

'회식이라 못간다. 내일 같이하자.'

이렇게 알려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그늘숲과 레이크샤이어 퀘를 할때는

뒷치기를 심하게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혼자다니질 않으니, 그런일은 없었다.


운이 좋아서 였을까.

영원이는 호드를 만난적이 없다.

아마도 옆에 항상 내가 따라다녀서 일지도 모르겠다.

도적이 은신으로 보아도 날 보고 피할것이고

일부러 뒷치기하러 오지않는 이상

호드가 그늘숲에 올 일은 별로 없을테니까.



어쩜 영원이는 아직 쟁섭과 일반섭의 차이조차 모를지도...

아니, 호드가 어떻게 생긴 종족인지는 알려나.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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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토요일이고해서

영원이를 들여보내고 간만에 알터렉전장 이라도 한번 뛸까싶어

전장대기를 하며 담배를 한대 태우고 있을무렵

첨보는 번호와 함께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삼추우우우운!!!! 누구게효??>ㅂ

.........-_-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자판을 눌러

열심히 문자판을 꾹꾹 눌러 답신을 보낸다.


참고로, 난 문자에 서툴다. -_-


'영원이'


금새 답신이 온다.

'정답!!!! >ㅂ

....얘가 날 바보인지 아나. -_-;


'빨랑자!'

'잠이 안와효. 놀아줘효 ;ㅂ;)/'

'-_-;'



의외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재미가 있었고

나는 모니터위로 두둥소리와 함께

알터렉 입장 메세지가 뜨는것 조차 무시해버렸다.


심지어, 와우가 튕겨서 실행이 종료될때까지

난 영원이와 문자를 주고받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음.... 저대로 냅두면 지가 알아서 꺼지겠지.'

절전모드란 참 좋은것 같다.



사실, 영원이가 게임을 접속종료한 후에는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 버린듯한 허전함에

멍하니 혼자 아포 구석진곳에 앉아있곤 했었는데


이렇게 문자를 주고받으니

그 허전함이

어느덧 눈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삼촌!'

'응?'

'우리 낼 데이뜨해욧!! 'ㅁ')/'

'-_-;'


이녀석.. 이런 과감한 말을!!


잠시 생각해보니

아까 전화번호 달라고 징징댄것은

내일이 내가 쉬는 날인 것을 파악하고

계산에 넣은 게 틀림없다


'흠....'

'왜요?'

'너... 삼촌이 남자는 다 늑대랬지.'

'네. ;ㅂ;)a'

'근데 내일 단둘이 보자고?'

'그럼...안돼는 거에효? ;ㅁ;"


나는 아주 잠시 고민을 한다음

답신을 보냈다.


'아니, 돼. -_-'

'와와!! 진짜효!!?? ;ㅂ;'


사실, 내가 겁낼게 뭐있겠냐. -_-;

죄진것도 아니고.


'그럼 우리 에버랜드 가효!! >ㅂ
'엥? 에버랜드?'

'응!! 나 거기 한번 가보는게 소원이었어효.'


워;;; 에버랜드도 한번 안가봤나;;;

갑자기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낼 에버랜드 정문근처 베이커리 벤치에서 보자!'

'몇시요?'

'음... 11시.'

'네에!!! 삼춘 낼봐욧!! >ㅁ

.
.
.
.
그렇게 우린 문자를 마무리 하고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문자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새벽 세시까지

뒤치락거리며 잠을 설쳤다.


아까 커피를 괜히 마셨나보다. -_-

분명히 커피탓이야. 이렇게 잠이 안오는 건.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밤새도록 양을 세었다.



.
.
.
.
.
.
"혹시......... 삼춘?"


잠시 넋을 놓고 벤치에 앉아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내 옆에서 나를 보며

5월의 봄날 햇살보다 더더욱 눈부신

환한 미소로 서있는 것은

바로 영원이리라.


"은빛삼춘 맞죠??"

"아..... 으응."


163cm정도의 아담한 키.

아이보리색 터틀넥 티에 분홍색 가디건.

버버리문양이 새겨져있는, 조금 짧은듯한 치마.


무릎가까이 올려져있는 루즈싹스 타입의 흰색양말이

조금은 어색한듯...

손가방을 뒤로 들고 서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살짝 뛰었다.


'아... 영원이구나.'


나는 벤치에서 살짝일어나

나를 부른 그 여자의 얼굴을 천천히 올려다 보았다.


"아이참, 쑥쓰럽게 삼춘은 왜 아무말도 안해요. ㅎ"


비로서 마주한 영원이의 얼굴.


커다란 검은 눈동자에 하얀색 피부.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긴머리에 하얀색 머리띠.


약한 화장을 하긴 했지만 조금은 앳띈 모습.

본홍색 립스틱에 햇빛이 반사되어

수줍게 웃고있는 그 모습은

내가 생각해왔던 영원이의 그 어떤 모습보다도

아름다왔다.


"바... 반가워. 영원아, 내가 삼촌이야."


워ㅡ 뻘쭘해라. -_-


한가인을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영원이가 두배쯤은 더 예뻤던 것 같다.



서로 상대방의 닉을 불러 재차 확인하고 나자

비로서 영원이도 웃음이 난다.


"오래기다렸어요?"

"아니, 나도 지금 막 왔어."


영원이의 큼지막한 눈동자에 장난끼가 살짝 돌더니

갑자기 내팔을잡고 팔짱을 깊숙히 끼고는

날 잡아 이끈다.

"가요, 삼춘.ㅎㅎ"


아놔... 가심떨리게시리.-_-;;


우린 매표소 앞으로 가서 줄을 섰다.

"삼춘! 나 해보고 싶은게 진짜 많았어요. 오늘 각오하세요!! ㅎㅎ"

"아... 그래."


매표소 건너편으로

놀이기구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짓듯

공연단의 음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화창한 햇살은

처음만난 우리둘을 축복하듯

그렇게 머리위에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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